본문 바로가기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호텔 이매지너리에서 만난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전시 <해의 동쪽 달의 서쪽>

10월, 가을을 맞아서 새로운 걸 하고 싶었던 나는 독특한 전시를 발견했다. 성북동에 위치한 호텔 이매지너리라는 곳에서 하는 전시로 2018년 8월에 오픈하여 지금은 개관 전시를 진행한다고 되어있었다.

<해의 동쪽 달의 서쪽> 노르웨이의 옛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전시였는데 영화감독 원창성과 미디어 아티스트 장보윤의 작품까지 모두 호텔 이매지너리라는 한 곳에서 한 가지 주제로 엮인 전시였다. 우선 이런 식의 전시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흥미로울 수 밖에.

처음에 길을 찾지 못해 결국 사장님이 길을 안내해주러 오셨다. 사장님을 따라서 가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진지하게 “여기서부터 3분 정도는 욕을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빵 터졌는데 정말로 격한 경사를 갖고 있는 곳에 위치한 전시장. 어떻게 여기에 전시를 하실 생각을 하셨냐고 물어볼 정도였는데, 이렇게 호텔 이매지너리는 만나기 전부터 독특 그 자체였다.

한 타임당 최대 4명까지 관람이 가능한 전시 <해의 동쪽 달의 서쪽>. 우리가 도착했을 땐 앞 타임 손님이 영화를 보고 계셨고, 우리와 같은 타임의 손님 2명이 기다리고 계셨다.

격한 경사길을 올라오는 동안 힘들었을 우리에게
사장님은 맛있고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주시면서 작은 방에 마련된 사진 전시를 이해할 수 있는 책 한권을 건네 주셨다. 휘릭 읽어보니 사진전을 글로 설명해둔 책이었다. 다시 이 곳에서, 마운트 아날로그

첫 번째 전시, 노르웨이 동화는 <해의 동쪽 달의 서쪽>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였고, 이 전시의 제목과 같다. 그리고 길을 헤매는 이들을 데리러 와주신 사장님은 알고 보니 이 전시의 큐레이터였고. 그리고 이 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분이 되겠다.

처음에 예약할 때 너무 대충 읽어보고 예약했는지 내용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전시를 보러 갔다. 그래서 동화를 듣는다는 이야기도 잊고 갔는데 솔직히 나는 몰입감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기억에 오래 남을 전시가 될 것 같다.

이야기를 적으면 스포가 되니까 그건 적지 않을 예정. 우리는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나고 바깥에 전시된 노르웨이 일러스트레이터 카이 닐센의 작품을 보러 갔다. 들어오기 전에 봤을 땐 웬 타로카드 그림이 전시 되어있지? 라고 생각했는데 동화를 듣고 다시 보니까 첫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그리고 동화를 들으며 상상했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어 새삼 구전 동화와 동화책의 차이를 생각하기도 했다.

<해의 동쪽 달의 서쪽> 두번째 이야기까지 듣고 이미 다녀가신 분들의 코멘트까지 들었다. 호텔 이매지너리는 생각보다 많은 커플들이 데이트 코스로도 찾아온다고 하셨는데 우리 타임은 네 명 모두 친구 사이로 특이한 케이스는 없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이야기까지 마무리 되면 작은 사진 전시방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시되어있는 사진은 미디어 아티스트 장보윤 작가님이 재개발 지역에서 찾은 누군가의 오래된 필름 카메라의 필름들을 인화하여 발견한 내용 천년고도. 신기하게도 발견한 필름에는 모두 경주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그걸 토대로 그들의 일상을 재구성한 일기를 작성, 경주라는 교집합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는 사진만 전시되어 있었는데 필름 속 주인공이 되어 작성한 “가상의” 일기까지 읽어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건 흥미로우니까.

그리고 마지막 전시는 영화. 사실 영화는 사진을 못찍어서 전시 안내 페이지 사진을 첨부하게 되었다. 2016년 인디포럼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폐막작에 선정된 원창성 감독님의 작품, 꿈

약 80분 내외의 영화로 자아를 찾아가는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에는 음? 하며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결말이 열린 결말로 끝나 이게 끝난 게 맞나 생각했지.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할 때는 토이카메라를 사용, 따뜻한 색감과 그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BGM을 사용한 것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내용은 고등학생의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건데 배경이 서공예라서 혼자 오오오 이러고 봤다. 마지막 출연진 올라갈 때 오세훈 적혀있었는데 내가 아는 오세훈인가,, 그 오세훈인가 <<?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호텔 이매지너리의 첫 번째 전시인 <해의 동쪽 달의 서쪽>의 세 가지 전시 공통 주제는 “성장”인 것 같다. 동화, 사진, 영화 모두 주인공의 성장을 나타냈다는 점이 이 세 가지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처음에 모든 전시가 끝나고 나서는 이 세가지가 어떻게 엮일 수 있지?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집에 와서 전시 안내 내용을 읽고 전시 소개 페이지를 읽어보니 이해가 갔다. 느낀 점만 적자면 동화에선 소녀가, 사진에선 경주라는 스팟이 영화에선 주인공이 성장하는 내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전시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하지만 <해의 동쪽 달의 서쪽>은 중간 중간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여백의 미가 많다보니 각자의 생각을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전시일 듯 하다.

오후 4시부터 시작했던 전시는 오후 7시를 훌쩍 넘겨 마무리 되었고, 마지막은 전시 소개 내용과 삽화 엽서를 받고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는 최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와 독자의 해석 방법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구전 동화가 구전되어 내려오면서 덧붙여진 이야기와 지금 이 시대에 맞게 해석한 큐레이터,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듣는 관객까지 결국 우리 모두가 이 전시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 전시 갈까말까 싶다면 아래 페이지를 눌러 해의 동쪽 달의 서쪽 전시 소개를 읽어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근처에서 저녁 먹을 괜찮은 곳이 없어보였다. 괜찮은 곳을 원한다면 큐레이터에게 물어보거나 미리 찾아두길 추천!

- 호텔 이매지너리 사이트 : http://hotelimaginary.com

- <해의 동쪽 달의 서쪽> 예매 사이트 : https://m.booking.naver.com/booking/12/bizes/180453?area=bni​